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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사이코

[에쿠모브]일상의 증발


 일상이라는 흔해빠진 단어에서 어쩌면 지루함이라는 내포적인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상. 바꿔 말해보자면 평범함. 특별함이라는 톡 쏘는 감정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는 하루의 일들을 순수하게 나열했을 뿐인 단순함. 모브라는 소년에게는 특히 더 그랬다. 제 인생에서 특별함이라는, 따뜻한 입 속에서 끈적하게 녹아가는 달콤한 초콜릿 같은 기회는 잘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편협한 인간관계와 집, 학교, 사무소를 반복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이 일절의 변함없는 공간의 이동 또한 제게 참을 수 없이 흔해 빠진 지루함을 선사하곤 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부질없이 내색은, 별로 하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서 흐르는 기류처럼 제 주위를 둥둥 떠다니는 령인 에쿠보도 어느 순간부터는 제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흘러 평범함이라는 단어 한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에쿠보. 평범한 사람은 육안으로 볼 수도 없으며 일정한 형태도 정해져 있지 않은 본체에 인간, 아니 생명에게 불가결한 모든 활동, 생명 유지를 위한 물질대사를 일절 필요로 하지 않는. 나름의 야망이 있는 악령이라는 차마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 정체가 수상해도 한참이나 수상한 이 악령이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저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하루하루를 공유하고 있다는 소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들으면, 미쳤다고 욕하고도 남으려나. 어릴 적 귀신을 본다는 자잘한 이유 하나만으로 호되게 놀림을 받았던 그때의 짓궂은 아이들처럼. 물론 에쿠보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이 위대한 몸이 어디가 모자라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냐며 버럭 화를 내고도 남겠지만.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지는 장면에 모브는 가슴 한 켠이 간지러워 풋, 바람 빠진 소리로 웃는다.


 “어이, 시게오. 왜 그렇게 실실 웃고 있는 거냐?”


 공중을 하릴없이 웃돌고 있던 에쿠보가 미지근하게 공기 중으로 퍼지는 제 웃음소리를 알아챘는지 수상하다는 장난 투의 어조로 제게 취조하듯 묻는다. 아니, 그냥. 모브는 저를 간질이는 웃음을 참아 보려 아무 죄도 없이 올라가는 제 입꼬리를 괜스레 꼬집어본다.


 일상이라는 지루함의 작은 요소가 되어버린 에쿠보는 그 단어를 지닌 존재인 만큼 어느 순간부터 저 사이에서의 거리낌이 없어졌다. 친해졌다, 라기 보다는. 제가 오랜 시간에 걸쳐 가득 세워 놓았던 견고한 벽을 한 치의 망가뜨림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고 어느새 제 눈앞에서 밝게 인사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처음에는 가까운 사이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는커녕 누구보다 강한 신이 될 거라며 호시탐탐 모브의 몸을 노렸으나 본인이 그걸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제 풀에 지쳐 포기해버린 것인지 확실한 이유는 몰라도 이젠 제 몸에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휘 아래에 들어온 몸을 뺏어다 수상쩍은 일을 벌이려 들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모브 제 스스로도 왜 그리 간단하게 자신의 몸을 내어 준 것인지 명확한 기억이 없다. 왜였더라.


 나름 나쁘지 않았다. 에쿠보가 제 몸에 들어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가느다란 숨결을 공유하는 느낌은.


*


 “시게오. 이제 슬슬 일어나라고? 학교 가야 할 시간이란 말이다.”


 에쿠보가 잠결에 붉게 열이 오른 제 볼을 꾹꾹 눌러대며 불평 섞인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닫힌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온기 어린 햇볕. 벌써 아침인가. 하지만 너무 졸린 걸. 점점 제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서늘한 날씨에다가 턱없이 부족한 체력에 비해 줄어들기는커녕 한없이 늘어나는 제령 알바 때문에 매일 매일 집에 돌아오면 기절하듯 잠들고도 잠이 한참이나 모자라기 일쑤. 그런 환경은 제게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벽에 못 박듯 단단히 인지시켜주었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모브는 에쿠보의 잔소리에 꿈쩍도 하지 않고 무거운 눈꺼풀을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은 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게오. 시게오!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더 부르는 에쿠보의 목소리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푹, 한숨을 내뱉는 숨소리가 들린다.


 “진짜 이걸 매일 해주니까 버릇이 아주 그냥... 들어간다?”


 끝끝내 성의 없는 대꾸 한 번 하지 않던 모브는 그제서야 잠에 취해 먹먹한 목소리로 응, 이라 느릿하게 대답한다. 저걸 정말. 한 번은 혼쭐을 내줘야 정신 차리지. 에쿠보는 아무도 듣지 못할 불평을 투덜거리며 한껏 짜증을 내지만 정작 한 번도 화를 낸 적은 없다. 에쿠보는 조심스럽게 모브의 보드라운 뺨에 손을 살며시 얹는다.


 “우...으으...”


 에쿠보는 모브의 몸을 일으키며 단말마의 신음소리를 내곤 괴로워한다. 이 녀석 몸을 도대체 어떻게 굴리고 다니는 거야? 왜 이렇게 물 먹은 솜처럼 축 쳐져가지곤 움직이는 것도 제대로 못해? 에쿠보는 등 뒤로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수마를 전부 모브의 의식으로 떠맡긴 채 모브의 따스한 온기를 가득 품고 있는 이불에서 어슬렁거리며 느릿하게 벗어난다. 학교 가서 학점 받고 졸업 하는 건 전부 시게오 네 몫인데 왜 인간들의 삶에는 아무 상관도 없는 영혼에 불과한 내가 이러고 있어야 하냐. 에쿠보는 한참을 투덜거리면서도 이불을 말끔히 정돈하곤 거실로 내려가 리츠가 미리 올려놓았을 뜨거운 커피를 다시 데우기 시작한다.


 사람의 속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새까만 커피를 물기 맺힌 하얀 머그잔에 천천히 따르면서 에쿠보는 저도 모르는 새 시간이 많이도 흘렀음을 생경하게 체감한다. 물론 오랜 세월을 살아온 지금까지도 손에 쥘 수 없는 시간은 항상 멈추지 않은 채 바늘을 열심히 움직이며 재빠르게 흘렀고 주위의 모든 것들도 하나 둘씩 변해가는 것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대충이나마 알아챘으나 시게오와 같이 살아가는 지금 순간에서 그 자그마하던 어린애가 이렇게나 커버린 일 때문에 시간의 흐름은 좀 더 깊이 제게 다가온다. 시게오가 어른이라니. 벌써 5년이다. 시간의 흐름을 물리적인 단위로 세어본 것은 제 삶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에쿠보는 김이 모락하게 피어오르는 머그잔을 들곤 시게오의 얼굴이 일그러지게 비치는 커피를 호로록, 커피를 마셨다.


 오늘 강의가 9시 부터라고 했던가. 아니 이 자식은 성실해 빠진 고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1교시부터 강의를 잡아두고 난리야. 어느덧 시계바늘은 8시라는 숫자에 도달해 지렁이처럼 느릿느릿 꿈틀거린다. 빨리 씻고 나갈 준비해야지. 에쿠보는 속이 확 달아오르는 뜨거운 커피를 한 번에 몽땅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찬 기 가득 도는 욕실로 향한다.


*


 더할 나위 없이 따분한 강의가 끝난 후의 제령 알바는 역시, 고단했다. 모브는 여전히 제 존경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스승인 레이겐에게 먼저 가보겠다 예의 바른 인사를 전한 후 해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검붉은 땅바닥을 느릿하게 쓸며 집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쉽게 간다. 모브는 길게 늘어지는 하품을 차마 멈추지 못하며 집으로 돌아가면 시작해야 할 까마득한 과제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상태를 보아하니 오늘도 그냥 뻗겠구만.”


 에쿠보는 어딘가 불만이 퉁퉁 찬 목소리로 제게 이야기한다. 그러게. 정말 뻗어버리겠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적과는 다르게 지금은 시급이 배로 올라서 알바를 하고 나면 제 손에 들어오는 것도 적지 않아 나름 괜찮다고는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체력은 아직 저질이라 알바와 학교를 마치고 나면 피곤함만 제 어깨에 그득히 남는다. 이건 내 마음대로 제령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모브는 주먹을 쥐어 제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린다.


 “저녁은 어쩔거냐? 집에서 아니면.”

 “음...오랜만에 라멘이나 먹고 갈까. 리츠도 불러서.”


 위화감 없는 악령과의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 공중으로 잘게 흩뿌려지는 하얀 입김 덩어리를 멍한 눈으로 잠시 쫓던 모브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든다. 리츠 지금 이 시간쯤이면 집에 있으려나. 찬바람에 조금 얼어버린 손가락으로 모브는 휴대폰의 화면을 꾹꾹 눌러 리츠의 전화번호를 찾고 에쿠보는 그 냥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고 있다.


 “...둘이 사이좋게 먹고 오셔. 난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응? 모브는 에쿠보의 알 수 없는 반응에 움직이던 손가락을 잠시 멈칫하고 고개를 들어 불퉁한 표정의 에쿠보를 바라본다. 갑자기 왜? 어디를 가든 제 옆에서 사라진 적이 없던 에쿠보였기에 의문이 더 강하게 밀려온다. 에쿠보, 라는 이름을 입에 온전히 담기도 전에 그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하늘로 제가 붙잡을 수 없을 저 멀리까지 홀연히 날아가 버린다. 에쿠보. 어디 가? 에쿠보. 닿지 않을 목소리를 쥐어 짜내 그 이름 세 글자를 천천히 입에 담아 보지만 들리지 않는지 이미 제 시야에서 사라진 후. 모브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놀라움에 높이 뻗었던 손을 겸연쩍게 거둬들인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설마 리츠랑 싸우기라도 한 거야? 무엇 때문에? 둘의 성격이 적절히 기름칠 된 톱니바퀴마냥 잘 맞는 편이라고 확언할 수 없긴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둘이 얼굴을 맞대기 힘들 정도로 싸울 일이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거지만 그래도. 모브는 제 마음에 채이는 돌을 차마 발로 저 멀찍이 차내지 못하고 누르다 만 번호를 천천히 꾹꾹 힘을 실어 누른다. 짐작할 수 없는 불안함이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을 찌르고 들어온다.


 아. 리츠. 저녁, 먹었어? 괜찮으면 나와서 나랑 라멘 먹을래?



리츠와 저녁을 먹고 다분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평소보다는 조금 늦어버린 시간에 모브는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바싹 말라버린 제 얼굴을 씻기 위해 어깨를 엄청난 무게로 누르는 무거운 생각을 잔뜩 그러안고 욕실로 비틀거리며 들어섰다. 불도 들어오지 않은 욕실은 저를 얼어붙게 만드는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서,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분위기였다.


 저와 함께 저녁을 먹은 리츠는 제 질문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했다. 무슨 소리야 형. 내가 에쿠보랑 싸울 일이 뭐가 있어. 나랑 이야기 하는 일도 손에 꼽히는 걸. 그리고 에쿠보는 항상, 형이랑 붙어 있잖아. 항상. 그 두 글자가 제 뒤통수를 망치로 후려패고 지나가서 모브는 순간 제 손에 들려 있던 젓가락을 바닥으로 떨어트릴 뻔 했다. 아. 맞아. 에쿠보는 나랑 항상 같이 있지. 미안 리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라멘을 젓가락으로 황급히 저으며 모브는 리츠의 당황스러운 시선을 피해다 고개를 푹 숙인다. 그랬잖아. 리츠가 에쿠보랑 싸울 리가 없다고. 분명 저를 괴롭히던 고민은 당사자의 발언으로 확실하게 해결되었는데 마음은 아직도 푹 젖어서 마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리츠의 눈에도 제가 축 흐물어져 있던 것이 걸렸는지 서둘러 당황한 기색을 지우고 어서 먹자 제게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에쿠보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불을 키자 잔잔한 등이 벽을 타고 흐르듯 퍼져나간다. 모브는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겨 세면대에 고개를 푹 박고 거세게 물을 틀어 잠시 복잡해진 심경을 차분하게 정리하려 노력한다. 아. 모르겠다. 에쿠보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모브는 제 하얀 손가락을 따뜻한 물에 뻗어 차가운 바람에 건조해진 얼굴을 푹, 묻어버린다. 숨이 잠시 멈춰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숨이 쉬어지지 않는 침묵 덕분인지 헝클어졌던 머릿속이 잠시나마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에 모브는 손을 천천히 얼굴에서 떼어낸다.

 

 모브는 물에 흠뻑 젖은 제 얼굴을 찬찬히 들어 언제나 투명하게 모든 것을 비추었던 거울과 눈을 바로 마주했다. 누구도 함부로 손대는 이 없어 자그마한 흔적 하나도 남아 있지 않던 거울의 구석 한 켠에 오늘은, 알 수 없는 누군가 손으로 거울을 거칠게 문질러 닦은 뿌연 자국 하나가 외롭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게, 뭐람. 물방울 맺힌 새하얀 손으로 그 자국을 느릿하게 쓸어내려보지만, 남는 건 점점이 사라지는 자국 뿐. 모브는 결국 손을 거두었다. 그냥 누가, 모르고 만졌나보지. 별 것 아니라고 모브는 생각한다.


*


 밤이 암흑으로 새까맣게 물들고 자신이 잠자리에 피로한 몸을 뉘일 때까지도, 에쿠보는 제 눈앞에 흔들리는 작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닐까. 부러 걱정을 접고 잠이라도 들어볼라 치면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다시 꾸물거리고 일어나는 걱정에 눈을 뜨길 여러 번. 모브는 지금이라도 밖에 나가서 저 멀리 사라져버린 에쿠보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 가득한 생각을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 있을까. 제 기억 속에는 어떤 시간이든 같이 붙어있던 시간 밖에 떠오르질 않아서, 에쿠보가 저 없이 혼자가 된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존재하고 있을지 가벼운 상상조차 하질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숨 막히는 침묵 속 망설임은 얼마 남지 않은 불씨처럼 자그맣게 꺼져 들어가서 생각을 거둬들이게 한다. 곧, 돌아오지 않을까. 항상 곁에 있었으니까. 하루 정도는 자유롭게 어딘가 갈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모브는 주문처럼 괜찮을 것이라 중얼대며 온기가 사라지지 않은 이불 속으로 몸을 우겨 넣는다. 괜찮을 거야. 늘 곁에 있었으니까. 내일도 다름없이.


 피곤해. 저를 둘러싸고 있던 피로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제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서 모브는 까무룩, 잠이 든다.


*


 에쿠보는 제가 깊게 잠들고 난 새벽의 어느 지점쯤에야 집으로 유유히 돌아온 모영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모를 무거운 몸을 해가 중천에 떴을 때야 겨우 일으켰을 무렵. 잘 잤냐, 라는 불퉁한 목소리로 제 귀로 선명하게 박혀 들어왔으니.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몽롱한 시선 너머로 모브는 형체가 온전하지 않은 에쿠보를 눈에 담으려 한껏 애쓰면서, 응. 에쿠보. 안녕. 이라는 어눌한 목소리의 모양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다행이다. 돌아왔구나. 공중에 던진 동전처럼 불확실한 확률을 가지고 있던 것에 제가 바라던 면이 나온 것 마냥 모브는 안심한다.


 모브는 에쿠보에게 어젯밤의 행방을 캐묻지 않았다. 물론 제 입을 간질이는 호기심이 저를 꽤 오랫동안 괴롭히기는 했으나, 그걸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냥 제 호기심을 잠재우는 쪽을 택했다. 에쿠보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제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니까. 알고 싶기는, 했다.


 늦어버린 오후의 아침식사를 시작하고 난 후에도 둘은 단 한 마디의 말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인데. 한쪽이 깨어진 듯 불균형해 모브는 마음 한가득 들어찬 불안함을 느낀다. 자주 말을 하는 편도 아닌데 오늘따라 에쿠보의 굳게 잠겨버린 침묵이 유독 마음에 거슬린다. 어떻게든 얄팍한 유리 조각 같은 침묵을 부수어야 할 것만 같은 조급함. 너무 깊게 빠져버린 우울한 생각에 모브는 자신이 입에 빵을 물고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린다.


 화났을까. 원체 분위기를 못 읽는 인간인지라 모브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이 까마득한 공기가 너무나도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또 말을 붙여 볼 용기는 없다.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숨을 조르는 침묵 속에서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 덜그럭 거리는 그릇 소리만 울리며 말 한 마디 못 붙여보고 설거지를 한다. 그냥 빨리, 제 의식이 사라지는 잠의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


 일상이었다. 다음날도. 에쿠보는 매 아침과 같이 학교가야 한다며 저를 깨워주었고 자연스럽게 제 몸에 흘러 들어와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주었다. 비썩 수분이 없이 말라버린 얼굴에 물을 부어주는 것도, 뜨거운 김을 흩뿌리며 새까만 속내를 가진 커피를 대신 마셔주는 것도, 언제나와 같은 틀에 박힌 일상의 반복. 더불어 모브의 불안함은 점점 사그라들어 갔지만, 허전함은 메울 수 없는 구멍이 난 듯 점점 더 제 몸집을 키우기만 했다. 이제는 그냥 일상을 넘어서 의무를 짊어진 느낌. 에쿠보가. 제 의무를 대신. 그런 암울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파도처럼 포말과 함께 밀려오는 죄책감 때문이라도 제가 스스로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서 늘 그렇게 해야 한다 생각만 한다. 심지어 이제 에쿠보는, 이 행위에 대한 불만을 일절도 하지 않는 탓에 더하다. 모브는 끄응, 앓는 소리를 낸다.


 그러고 보니. 모브는 겨울을 암시하는 앙상한 나무들을 둘러 보다 제가 의문을 품었던 것을 에쿠보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있잖아, 에쿠보.


 거울에 난 자국, 뭔지 알아? 어제 저녁에도 있던데.


 매일 밤마다 자신이 지우면 다음날에 다시 생겨나는 손으로 문지른 자국. 귀신이라도 제 집에 남아 있나 싶어 욕실을 찬찬히 둘러보면 영의 기운은 단 한 톨조차 없다. 애초에 집이 단단한 기로 둘러 쌓여 있으니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한데. 제 가족이 아닌 이상 욕실을 쓰는 이는 에쿠보 뿐이니 모브는, 그에게 묻는다. 제 물음에 에쿠보는 답이 없다.


 글쎄. 잘 모르겠다만.


 고개를 찬찬히 들어 눈을 마주쳤을 때야 낮게 깔린 목소리로 하는 대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아. 모르는구나. 알았어. 고마워. 모브는 어색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다시 푸근한 제 옷에 고개를 푹, 박는다. 혹시나 싶어서. 에쿠보는 악령이니까 인간인 자신이 보지 못한-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긴 하지만-영혼이라도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령의 짓은 아닌가 보다, 싶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자꾸 애꿎은 거울에 손을 대는 걸까.


 아무 죄 없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비출 뿐인 거울을, 제 가족 중에는 거울에 손자국을 남길 이가 없었다. 그것도 매일매일 제가 지운 곳에 꾸준히. 거울에 뽀얀 먼지가 이따금 쌓일 대는 있어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거친 손자국은 남아 있던 적이 없었다. 그냥 사소한 것이라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는데, 모브는 유독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실, 에쿠보가 돌아오고 난 후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말을 걸지 못해 혹시나 오늘은 이 질문을 하면, 걱정이나마 조그마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는데. 결국 제 말은 차마 이어지지 못하고 그냥 단답형의 문답으로 끝이 났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이 어색한 분위기를 단칼에 잘라버릴 수 있을까. 솔직히, 속상한데. 모브는 제 발에 채이는 돌을 발끝으로 툭툭 차면서, 제 시야에서 벗어난 에쿠보에 대한 속상함을 지워보려 머릿속으로 애를 썼다.


 다음 날 부터는, 투명한 거울에 손자국이 남지 않았다. 에쿠보도 남지 않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에쿠보가 없어진 이후의 2주는 제게 다시 새로운 일상이 되어 특별함을 완전히 배제시킨 하루가 되어 버렸다. 에쿠보 없이 저 혼자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아침. 멍을 때리다가 커피를 잿더미처럼 태워버리는 일도. 꾸벅꾸벅 졸면서 물을 돌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얼음물에 세수를 하다 화들짝 놀라는 일도 전부. 낯설고 새롭기만 했던 그 모든 것이 지금은 다시 진부한 일상이 되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따라 함께 달려갔다. 마치 처음부터 그것이 제 일상이었던 것처럼 뻔뻔하고 당당하게. 이따금, 알바가 끝나고 혼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하루 종일 열지 않았던 입을 귀로에서도 꾹 다물고 있을 적에는 5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익숙함을 다시 깨닫고는 했다.


 기척도 없이 정말 갑작스럽게 홀연히 사라져버린 이유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 고작 추측해봤자 신이 되고 싶어 하는 악령이 한낱 인간의 일상생활에 봉사 아닌 봉사나 하고 있다는 분노의 폭발. 아니면, 나라는 사람이 싫어져서. 그것 뿐. 집으로 거북이 같은 걸음을 하고 있던 모브의 발걸음이 우뚝, 멈춘다. 정말. 내가 싫어서 떠나 버린 걸까. 5년이라는 당연한 일상을 한순간에 버릴 정도로. 시게오, 라고 제 이름을 불러주던 유일한 존재는 이제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진 걸까. 에쿠보는 수백년을 살았다고 했는데 나랑 함께한 5년 정도는-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하얀 운동화의 앞축이 밟힌다. 너는 정말 나라는 존재가 싫어져서. 차가운 바람을 한껏 맞은 코가 시렵고, 바람에 건조해진 피부 위로 데구르르 구르는 눈물은 저를 따갑게 만들어서 괴롭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가득 쌓여 버린 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혹시나. 오늘은 거울에 손자국이 남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워지기 전에 어서 봐야 하는데. 녹아버린 아스팔트에 고무가 들러붙은 것 마냥 발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에쿠보. 난 일상에서 새로움을 원하곤 했지만 이렇게 적응하기 쉽지 않은 씁쓸한 변화를 원한 건 아니었단 말이야. 어항처럼 물이 가득 고인 눈을 까끌한 손으로 문질러. 오히려 시야는 구겨진 종이마냥 점점 더 흐려지기만 한다. 이젠 어찌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일상은 자신도 모르는 새 조용히 증발했다. 자신에게 이 일상을 바꾸고 싶냐는 궁금증 가득한 물음 한 번 없이.


 모브는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다.


*


 이질감. 에쿠보는 지금의 제 감정을 그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아직도 의식을 온전히 깨우지 않은 시게오의 몸에 빙의하여 잠을 달아내기 위해 말라버린 얼굴을 깨끗한 물로 씻어 내리며 투명한 거울에 얼굴의 잔상을 비추어 본 그 짧은 순간. 무엇이 문제지. 매일 아침이면 보는, 하루 종일 지겹도록 보는 이 얼굴에 도대체 무슨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에쿠보는 갑자기 의식이 일그러지듯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뭐지. 뭐야. 왜 도대체. 네 얼굴을 보는 것이 나를 이렇게나 어지럽게 만드는 거지. 에쿠보는 제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차가운 공기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아직도 얼굴을 또렷한 거울 마냥 담고 있는 투명한 거울을 알아채고 황급히 도망치듯 욕실에서 빠져나온다.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저를 엄습해오는 듯 했다.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조용한 매일 아침 시게오의 얼굴을 보며 단잠을 깨우고, 얼굴을 쓸어내리며 거울을 보는 것도. 너의 몸으로 제게는 불필요한 숨을 들이마시며 파릇이 돋아나는 생기라는 것을 느끼는 일도. 전부 판에 박힌 일상적인 일이었고, 아무 거부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에쿠보는 보드라운 수건으로 얼굴을 한참이나 누르고 있기만 한다.


 별일 아니다. 에쿠보는 수건을 어깨에 대충 걸치고 어느 때와 같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시게오 얼굴의 잔상이 눈에 담긴다. 또 울렁, 속이 흔들거린다. 에쿠보는 급히 커피포트의 검은 뚜껑을 닫았다.


 시게오의 몸이 좋지 않아 그런 것이라 생각했던 이 피하고 싶은 매스꺼움은 며칠이 지나도 좀체 사라지질 않았다. 그리고 항상 자신이 시게오의 얼굴을 마주할 적이면, 이 매스꺼움이 약을 골리듯 제 속을 배배꼬듯 흔들고 지나갔다. 어째서? 턱으로 물이 뚝뚝 흐르는 것을 거울로 지켜보면서 에쿠보는 알 수 없는 충동과 제게는 존재하지 않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두 귀로 똑똑히 듣는다. 기다란 손가락을 뻗어, 거울에 입 맞춘다. 입술을 찌를 듯 날카롭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고 나서야 에쿠보는 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는다. 미쳤어? 지금 뭐 한 거야.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저 허공에 웬 입맞춤을-


 무슨. 시게오가 있는데.


 에쿠보는 제 귀로 누가 속삭였을지 모를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뒤로 빼고 차가워진 입술을 손등으로 세차게 문질러 닦는다. 진짜 이건 미쳤어. 에쿠보는 시게오의 의식이 아직 곤히 잠들어 있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심장이 멈추지 않고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쿵쿵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뛰고, 얼굴은 주체할 새 없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에쿠보는 거울 한 중간에 덩그러니 남은 입술 자국을 급히 지우고 쿵쾅거리며 욕실에서 도망쳐 나온다. 진짜 이건, 완벽하게 미친 짓이다.


 에쿠보는 욕실에서 빠져 나온 후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기운으로 한 구석에 찌그러져 앉아 있기만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무슨 충동으로 시게오의 얼굴을 보고 입을 맞추었는지. 심장이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너무 큰 소리로 쿵쿵 뛰어서 에쿠보는 시게오가 그 소리에 잠이 깨지는 않을까, 라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했다. 아. 진짜 어쩌지. 뭐지. 왜 이러지. 설마 이 몸이 너한테.


 그날 이후로 에쿠보는 매일 아침마다 귀신에게 홀린 사람처럼 거울 속의 시게오에게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다정한 아침인사를 건네는 것 마냥 부드럽고 상냥하게. 그리고 남아 있는 입술 자국을 흐릿하게 지웠다. 철저하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없다. 그냥, 남겨 두었을 뿐. 일주일 정도를 거울 속의 시게오에게 입을 맞추었을 때야 에쿠보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간질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슨. 자신이 인간에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비리비리하고 재미없는 남자애를 좋아한다니.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러면서도 아침이면 홀리듯 입을 맞추는 스스로가, 에쿠보는 미웠다.


 거울에 난 자국, 뭔지 알아? 어제 저녁에도 있던데.


 모브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생각난 걸까. 자신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꽤 복잡하고도 현실성 없는 일이라는 사실이. 부러 흔적을 남겼으면서도 에쿠보는 시게오의 추궁 아닌 추궁에 뭐라 답해야 좋을지 알지 못한다.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물어보는 것 같은 날카로운 질문에.


 글쎄. 잘 모르겠다만. 시게오와 눈이 마주치기 전 에쿠보는 서둘러 답한다. 아. 모르는구나. 알았어. 고마워. 시게오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에쿠보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함을 깨닫는다.


 *


 마당에 만지면 더러워져 버릴 것 같은 새하얀 눈이 가득 쌓였다. 이제 진짜 겨울이구나. 모브는 제 온기를 한가득 품고 있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한참을 꼬물거리면서 리츠가 제게 보내준 마당 사진을 보곤 그런 생각을 한다. 춥겠다. 아. 어쩌지. 또 잠 온다. 일어나기 싫어. 오늘도 1교시 수업이라 지금쯤은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수업에 늦지 않을 텐데 게으름은 줄줄 늘어나 모브는 한참이나 꾀를 부린다. 그냥 오늘은 가지 말까. 눈도 저렇게 많이 오는데.


 “어이. 시게오. 그만 꾀부리고 이제 일어나. 학교 가야할 시간이라고.”


 환청이다. 모브는 낮게 깔린 그 불퉁하고도 익숙한 목소리를 제 등 뒤로 들으면서 환청이라 굳게 못 박았다. 그도 그럴게 에쿠보는, 제 일상과 증발해버려서 없는데. 가만히 있던 제 심장이 피가 미친 듯이 돌아 타오를 듯 쿵쿵 거리고, 휴대폰을 잡고 있던 손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모브는 추운 것도 전부 잊어버리고 이불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벌떡 일으킨다. 제 눈에는, 에쿠보가 담긴다. 에쿠보. 목소리는 점점이 젖어 들어가서 끝을 먹는다. 저도 모르는 새 눈 끝으로 눈물이 하나, 둘 뚝뚝 흐르고. 에쿠보는 담담하고도 어딘가 찔리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미안하니까 울지 말라고... 아니. 울지 말라니까?!”


 눈물은 덩어리가 되어 쉴 새 없이 떨어진다. 울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눈물이 나. 불안정하던 일상이 원위치로 돌아온 것에 대한 대가인가. 소리 없이 모브는 한참을 울고, 울고, 또 운다.


 “그만 울어. 학교 갈 준비는 해야 할 것 아니냐.”


 에쿠보의 한숨 섞인 소리가 저의 눈물을 상냥하게 타박한다. 응.


*


 똑같았다. 에쿠보는 오늘도 열심히 시게오를 깨우다 결국 자신이 몸에 들어가 아침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이놈 이거, 나 없는 동안은 도대체 어떻게 지낸 거야? 속으로 온갖 불만을 토로하지만 에쿠보는 능숙하게 수건을 집어 들어 햇볕이 잔잔하게 들어오는 욕실로 발을 옮긴다.


 오늘도 거울은 깨끗하니 흔적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에쿠보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거울 속의 시게오와 적막 속에서 한참이나 입을 맞춘다. 겨울바람에 단단히 얼어 붙은 겨울에서 온기가 느껴질 정도의 기나긴 시간 동안. 금방 지나쳐버린 그 시간동안 에쿠보는 거울에서 입을 떼지 못한다.


 차라리 영영 돌아오지 말자, 하는 생각도 해 보긴 해 봤는데 말이야. 에쿠보는 거울 속 알 수 없는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시게오에게 느릿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아직 신이 되지 못한 게 너무 아까워서 안 되겠더라고. 그걸 위해 수백 년을 기다려왔는데. 게다가 이런 판에 박힌 일상도 경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너한테 받아내야 할 게 많거든. 에쿠보는 한층 더 상냥해진 태도로 다시 입을 맞춘다.


 다녀왔다, 시게오. 오늘은 자국을,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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