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모브]백설 공주 아주 먼 옛날, 이름 모를 번창한 나라에는 근엄하고 강인한 용기를 가진 위대한 왕과 지혜로우며 고운 마음씨를 가진 아름다운 왕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공주는 세상 그 누구보다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눈처럼 하얀 피부, 앵두처럼 붉은 입술, 칠흑 같은 검은 머리를 가진 공주님은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서 처음 보는 존재인 것 마냥 놀라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칭찬과 찬미를 아끼지 않았고 세상 모든 이에게 사랑받았답니다. 또한 공주님이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향기로운 꽃들이 만개하는 것만 같았으며 미소는 산들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공주님을 환히 비추는 태양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공주님을 바라보며 왕과 왕비는 매일같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웃.. 더보기 [카라이치]저는 내일 죽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는 어느새 내 몸 전부를 꿀꺽 삼켜버릴 만큼 길어져 탐욕스러운 괴물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늘 입에 걸어두었던, 두려움을 느껴 본 적이 없던 죽음이라는 녀석이 어느덧 제 뒤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훤히 드러낸 채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등으로 식은땀이 넘쳐흘렀다. 정말? 정말 죽는다고? 쓰레기 같은 이 몸뚱이가 저 사나운 이빨에 씹어 먹힐 것을 생각하니 두렵다. 이치마츠는 제대로 신지도 못한 낡은 슬리퍼로 고르지 못한 길을 열심히 달렸지만 이미 그 검은 덩어리는 제 그림자에 들러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저와 시선을 마주하며 낄낄거리는 천박한 웃음을 제게 선사했다. 늦었어. 이놈을 떼어내고 저 멀리 도망가기에는. 하하. 허망하네, 인생이라는 건. 봄날에 잘게 흩날려 사람들의.. 더보기 [토고오소]향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차가운 공기 중에 날카롭게 울려 퍼지며 제 얼어붙은 귓전을 세차게 때리고 지나갔다. 숨결이 하얀 김이 되어 날아가 버리는 싸늘한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은 제 옆의 사랑스러운 짝들과 함박웃음을 지으며 차가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었고 종소리와 함께 막 성인이 된 것인지 떼로 몰려다니며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와 술을 마시러 가자고 소리치는 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만약, 이었다면. 나도 저 중 한명이 되어 처음으로 합법적인 술을 마시러 가는 일에 들떠 소풍을 가기 전날의 어린아이 마냥 설레발을 쳤을지도 모르지. 오소마츠는 자신의 목을 꼭 옥죄고 있는 목도리를 살짝 헐겁게 풀곤 큰 웃음소리를 내며 제 옆을 지나가는 무리들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차가운 바..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