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하나]진실 혹은 대담 우리 게임 하나 할래요?벼랑 끝에 몰린 것보다 더 위태로운 발언이다. 게임으로 칭해지는 모든 것에서 당신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판단 따위는 상상으로도 삼아서는 안 되는 금기일지 언데. 그러니 먼저 당신에게 승패를 결정하는 것 따위의 일을 제안하는 것은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나방과도 같은 멍청한 일이라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다소 같잖다는 미소를 지으며 내려오는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데에는 타당한 명분이 존재하는 것. 또 무엇을 준비했기에 이리도 기고만장하게 저를 약 올리느냐는, 그런 감정이 녹아들어 있는 당신의 표정에 자신은 회피 하나 없이 진한 피와 같은 당신의 눈을 직면하여 웃는다. 어차피 자신은 지금 기를 바락바락 쓰며 당신을 이기기 위해 판을 던져놓은 것이 아니기에. .. 더보기 [곡안]사과 한 조각 당장 몇 초 후에 일어날 일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 말했다. 산을 잡아먹은 불이 태어난 장소가 딱딱한 구둣발로 밟으면 일렁이지도 못하고 꺼졌을 좁쌀만한 불씨 하나였던 것처럼, 가시가 될 말들만 골라 치부를 향해 찔러 넣고, 서로의 목을 조르지 못해 안달이 난 일련의 난폭한 행위는 으레 누군가의 침묵 한 스푼이었으면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갔을지 모르는 사소한 행위에서 불발하기 마련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관계라는 울타리 사이에서 어찌 망치질 한 번 하지 않고 평생을 할 수 있겠느냐마는, 날카롭다 못해 숨 막히기까지 한 지금의 분위기가 안젤라에게 거슬리지 않고 썰물 때의 고요한 바다처럼 조용히 빠져나갈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고쿠데라와 싸웠다. 사실 불이 휩쓸고 지나가 폐허가 되어버린 회.. 더보기 [에드데이]별이 피어나는 곳에서 만나 오늘, 별이 피어나는 곳에서 만나.이는 평범함을 녹여놓은 반복적인 하루를 끝낼 수많은 행동 중 유일한 마침표로, 우리가 알고 지내온 어느 하루부터 절대 잊지 않고 행하던 당연한 의례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책을 정리하고 있던 데이지의 손에 몇 번 반듯하게 접힌 쪽지 하나가 쥐어진 일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주인을 닮아 유려한 필체로 쓰인 그 말은 단순하고 명료하나 다른 때보다 혀가 아려올 만큼 특별하다. 데이지는 마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삼켜버린 어린 날의 악동처럼, 책을 끌어안은 손 한 편에 쪽지를 고이 쥔 채로 학생들 틈바구니 사이를 걸음해 길고 긴 복도를 유유히 빠져나가며 기대감을 키운다. 점점이 퍼져나가는 상기된 기분의 선한 빨강은 마치 해가 지는..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7 다음